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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육아/육아 에세이

쉬야 테러를 당한 날

by 시월십일 2024. 12. 7.

아내가 병원에 가는 날이라 아기와 저 둘만 남겨진 날이었습니다.

아기는 2일째 응가도 못한 상황이며, 꼭 아내가 병원에 갈 때마다 응가를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저는 혼자 기저귀를 갈고, 아기를 씻겨주는 것에 대한 마음의 각오를 하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아내가 병원으로 출발하고 얼마 있지 않아서 아기는 응가를 했고

저 혼자서 고군분투를 하며 열심히 치우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화장실에 아기를 데리고 가서 기저귀를 벗긴 후, 따뜻한 물과 클렌저로 깨끗하게 씻어주었습니다.

얼른 기저귀 갈이대에 아기를 눕혀두고 새 기저귀를 꺼냈습니다.

보통이라면 신속하게 기저귀를 열고 아기의 하체에 딱! 가져다 대어야 하는데

그 때는 뭔가 홀린 듯, 느긋느긋 아기한테 눈을 맟추고 대화를 화면서 기저귀를 준비 했습니다.

그동안 사고가 터지지 않아서 약간은 방심을 한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뜨거운 무언가가 배를 찌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억!" 하는 소리와 함께 내려다보니, 귀여운 물줄기가 저를 향해서 쏴~ 하고 뿜어져 나왔습니다.

분명 쉬야도 이미 많이 했을 텐데... 한참을 뿌~ 하고 나오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아기의 얼굴을 바라보니, 아기가 쑥쓰러워 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딴짓을 하지 않고, 양손을 모으고 가만히 저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큭큭큭 하고 웃었더니, 아기도 그제서야 안심을 했는지
반달눈을 하고 소리를 내면서 웃기 시작했습니다.

둘 다 축축해진 채로 서로를 쳐다보면서 낄낄낄 웃다가,

다시금 부랴부랴 아기를 또 씻기고, 방수패드를 새로 꺼내서 아기를 눕히고, 이번에는 재빠르게 기저귀를 채워주었습니다.

 

한결 몸이 가벼워지고, 깨끗하고 뽀송한 기저귀와 옷을 입은 아기를 깨끗한 담요 위에 다시 눕혔습니다.

기분이 좋아서 또 꺄륵 꺄륵 소리를 내면서 뒤집기를 시도 합니다.

그 모습이 참 귀여웠습니다.

 

이번처럼 아기가 대소변 실수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부모가 당황한 모습을 보이면 아기도 불안해하고 당황해서 울거나 소리를 지릅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우리 당황하지 말고 아기한테 친절하게 대해주자' 라고 아내와 협의를 했습니다.

이번 쉬야 테러 때는 그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기의 귀여운 모습을 보자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때 아기와 둘이 같이 깔깔깔 하고 웃던 순간이 계속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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