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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육아/육아 에세이

육아를 하면서 잠시 멈춘 것들

by 시월십일 2024. 12. 3.

아기가 태어나면서 삶이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육아선배들은 어떤게 바뀌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는 이야기하진 않고,

그냥 이제 죽었다. 너의 삶은 없다, 좋은 건 다 끝났다. 만 말해주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끝났다" 보다는 "잠깐 멈춤"이라고 생각합니다.

육아 극초반기에 아예 하지 못했던 것들은, 이제 아기가 4개월차에 접어들고

통잠을 자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다시 할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육아를 하면서 어떤 것들이 잠시 멈춰졌는지 한번 돌아보았습니다.

  • 한강 자전거 라이딩 
    주말에 가끔 혼자 자전거를 타러 다녔습니다. 짧으면 2시간, 길면 4시간 씩 한강 자전거 도로를 헤집고 다녔네요.
    운동의 목적 보다는, 노래를 듣고 노래를 부르면서 자전거를 타는게 좋았습니다.
    이제는 긴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서 자전거는 못탄지 꽤 되었습니다.
     
  • 영화관에서 영화보기 
    아내와 저녁 늦은 시간에 영화를 보고 오는걸 좋아했습니다. 보고 싶은 영화가 있을 때 미리 예매해두는 편이 아니라
    당일에 취소분이 뜨는 걸 잘 노렸다가 갑자기 예매를 해서 당일 영화를 보러가곤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봤던 영화는 "듄-파트2" 였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캄캄한 밤에 OST를 들으면서 집에 오는 길이 생각 나네요.

  • 맛집 탐방하기
    맛집을 열심히 찾으러 다니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날 한번씩 다녀오던 곳들은 가끔 생각이 나네요.
    과연 유모차를 끌고 가서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 둘이 같이 러닝하기 
    작년 JTBC 마라톤은 아내와 둘이서, 아니 아기 까지 셋이서 같이 뛰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준비하는 기간에도 세 가족이 같이 달리기를 했네요.
    달리는 중에 힘든 순간에도 서로 응원을 하면서 재밌게 뛰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아내 몸 상태도 좋지 않고 아기도 있다보니 둘이서 같이 뛰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미련이 남아 내년 동아마라톤은 둘 다 신청은 해두었는데, 어떻게 될지... 

  • 금, 주말 밤 늦게까지 놀고 아침에 늦잠자기
    아기는 꽤 규칙적입니다. 모든 아이는 아마도 MBTI로 따지면 J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비슷한 시간에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놀기도 합니다. 저희 아기는 거의 매일 오전 6시 쯤 일어납니다.
    그래서 밤에 늦게 자는 것도, 아침에 늦잠을 자는 것도 이제는 불가합니다. 

  • 까페가서 놀다가 오기
    맛집 탐방은 즐기지 않았지만 아내와 까페 가는 것은 좋아했습니다.
    커피를 좋아하기 보다는 둘 다 책을 읽고 뭔가를 쓰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레 까페 데이트를 많이 했습니다.
    간단히 식사를 하고, 까페에서 음료와 케이크, 케이크, 케이크를 시키면서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다음날 출근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일요일 저녁에 까페에 가서 한 주를 마무리하는 글쓰기와 독서를 하고 집에 돌아오면
    약간은 즐거운 마음으로 일요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지금도 아기와 함께 까페에 가긴 하지만, 10분 정도 잠깐 앉았다 나오는 편이라 예전과는 거리가 멉니다.

  • 국내외 여행 가기
    사실 해외 여행을 즐겨 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원래 작년 12월에 가기로 했던 대만 여행은 당시 아기가 8주 정도 되었기 때문에 의사 선생님 소견에 따라 여행을 취소 했었습니다.
    많이들 가시는 태교 여행도 저희 둘은 겁이 많고 조심스러워서 따로 가진 않았습니다. 
    둘 다 지방이 고향이라 차를 타고 고향에 내려가는 길도 참 재밌고 좋아했는데, 작년 추석부터 한번도 내려가진 못했습니다.
    내년 설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오랜 시간 차를 타고 이동하는 즐거움은 아기가 좀 더 클 때까지 당분간 접어두고자 합니다.

  • 게임에 몰입하기
    아내와 저 둘 다 게임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온라인 게임 보다는 포르자 호라이즌 4, 5나 호그와트 레거시, 몬스터헌터 등 콘솔 게임을 좋아했습니다. 이런 게임은 한번 할 때 플레이 타임이 긴 편이라 아무래도 육아를 하면서 즐기기에는 적절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저희 집에는 엑스박스, 스팀덱, 닌텐도, 데스크탑 모두 갖추고 있지만 요즘은 거의 묵혀만 두고 있는 편 입니다. 
    제가 복직하고 나면 더 게임을 할 시간이 없어질 것 같습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육아를 시작하면서 멈춰둔 것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각 항목에 대한 사족들을 다시 읽다보니 뭔가 굉장히 아쉬워보입니다만.....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그립고 생각 나는 것들은 별로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가장 즐겁게 하고 있는 컨텐츠가 바로 "아기 키우기"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요즘은 매일 아기가 자라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며칠 전에 겨우겨우 뒤집기를 처음 성공하더니, 이제는 한번에 휙 하고 굴러서 뒤집기를 합니다.

누워서 무릎을 겨우 웅크리고 있던 아기가, 오늘은 양 다리를 들어올린 다음 양 손으로 양 발을 잡았습니다.

눈을 보면서 옹알이를 하고 제 표정을 보면서 웃기도 하고요. 

내일은 아기가 또 얼마나 더 자라서 새로운 것들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그리고 아기가 좀 더 자란 후에 무엇을 같이 하면 좋을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참 즐겁습니다.

 

그 동안 즐겼던 것들은 잠깐 멈추었거나 혹은 아예 끝이 났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이상의 즐거움을 주는 것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일도 아기와 함께할 시간들이 무척 기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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