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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칼럼/생각들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한 3개월. 내 정신 건강은?

by 시월십일 2025. 10. 18.

가끔은 그런걸 깜빡할 때가 있다.

내 몸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은 결국 내 입을 통해 먹은 것들로부터 만들어 진다는 것을.

입만 즐겁고 영양가 없는 것들을 먹으면 결국 그게 내 몸을 부실하게 만든다는 것을.

 

그것보다 더 깜빡하는 것이 있다. 아니 거의 생각도 못할 때가 있다.

무엇을 읽느냐가 내 정신 건강을 좌우한다는 것을.

 

나는 약간의 활자 중독 증세가 있는 것 같다.

시간이 조금이라도 뜨면 글자로 된 무언가를 자꾸 읽고 싶어진다.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나 쇼츠 같은 영상을 보는 것보다 글로 된 것을 읽는게 좋았다.

그래서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오는 다양한 글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각 컨텐츠 자체를 읽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마치 슬롯머신처럼 새로고침을 했을 때

어떤 글이 올라왔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주는 자극에도 중독이 되어 있었다.

 

이전 다른 글에서도 썼었지만, 그렇게 눈 건강과 내 시간을 헛되이 소모할 바에는

소설책을 읽는데 시간을 보내자고 다짐을 했었고, 지난 7월부터는 꽤 많은 책을 읽어왔다.

 

아래는 내가 7월부터 지금까지 읽었던 책의 목록이다.

 <7월>
1. 프로젝트 헤일메리 - 앤디 위어
2. 장미와 나이프 - 히가시노 게이고
3. 라플라스의 마녀 - 히가시노 게이고
4. 신참자 - 히가시노 게이고
5. 한여름의 방정식 - 히가시노 게이고
6. 탐정 갈릴레오 - 히가시노 게이고

<8월>
1. 예지몽 - 히가시노 게이고
2. 용의자 X의 헌신 - 히가시노 게이고
3. 성녀의 구제 - 히가시노 게이고
4. 갈릴레오의 고뇌 - 히가시노 게이고
5. 허상의 어릿광대 - 히가시노 게이고
6. 가면 산장 살인 사건 - 히가시노 게이고
7. 인어가 잠든 집 - 히가시노 게이고
8. 마력의 태동 - 히가시노 게이고
9. 기린의 날개 - 히가시노 게이고
10. 방황하는 칼날 - 히가시노 게이고

<9월>
1. 교통경찰의 밤 - 히가시노 게이고
2.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 세스지
3. 가공범 - 히가시노 게이고
4. 녹나무의 파수꾼 - 히가시노 게이고
5. 녹나무의 여신 - 히가시노 게이고
6. 삼체 0: 구상섬전

<10월> 
1. 범인 없는 살인의 밤 - 히가시노 게이고
2. 기도의 막이 내릴 때 - 히가시노 게이고
3. 게임의 이름은 유죄 - 히가시노 게이고
4. 액스 -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

 

보시다시피 하반기는 거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세계관 속에 깊숙히 담겨서 절여져 있었다.

사실 나도 잘 몰랐는데, 나는 일본 문학을 좋아하는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들도 꽤나 읽었다.

일본 문학을 읽으면 익숙한 것에서 오는 낯섦. 그리고 평온함 속에 감춰진 끔찍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런 의미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를 만난 것은 즐거운 행운이었다.

이렇게 재밌는 소설을 쓰는 작가가 이만큼이나 다작을 하다니?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의 작품들을 폭식해왔다. 그러다보니 살짝 체한 것 같다.

 

그의 작품을 읽으면 즐거움과 행복감과는 대척점에 있는 감정들을 느끼게 된다.

누군가가 죽고, 그 누군가가 왜 죽었는지, 그리고 왜 죽였는지에 대해서 

멀리서부터 빙 돌아오면서, 낱낱히 사건과 상황을 파헤친다.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인물은 아무도 미워할 수 없고, 각자의 상황을 가슴 깊이 이해하게 된다.

떄로는 자녀와 관련된 사건이 발생했을 때나, 어린 아기와 관련된 불운한 일이 발생하면

가슴이 시려오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 

 

책을 덮고 나서(물론 휴대폰으로 봤으니 이건 관용적인 표현이다.) 찬찬히 각 인물들을 다시 생각해본다.

그 상황에서 그들이 느꼈을 감정에 깊숙히 공감하고 몰입하게 된다.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들이지만 그들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정신적, 신체적 부담을 받는다.

 

지난 하반기는 덥고, 그만큼 밝고, 활기찬 하반기 였을것이다.

그러나 나는 왠지 모르게 우울하고, 침체되어 있었던 것 같다.

가공의 인물들이지만 그들이 겪은 고통과 죽음을 생각하며 삶의 덧없음을 떠올리곤 했다.

그러다가 결국엔 원인 모를 몸살과 장염까지 얻게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아마도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세계관에 깊숙히 정신을 담군 부작용이 아닐까 싶다.

 

이제는 읽는 책의 분위기를 바꾸었다.

읽고 있는 책은 "초역 부처의 말"이라는 책이다.

공교롭게도 저자는 코이케 류노스케라는 일본인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이번에는 부처님의 말씀이 몸과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머물다가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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