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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육아/육아 에세이

처음 혼자 아기 목욕을 한 날

by 시월십일 2025. 1. 10.

소소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뿌듯한 날입니다.

오늘은 드디어, 저 혼자서 아기 목욕을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미디어를 통해서 본 아빠들의 육아에서는

대부분 아빠 혼자서 아기들 목욕을 시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근 재밌게 보고 있는 "기유티비"의 강재준님도 아들 현조 목욕을 혼자서 하시더라구요.

현조가 저희 아기보다 늦게 태어 났는데... 아직 저희는 아내와 저 둘이 같이 아기를 씻기고 있어서 

아빠로서의 역량(?)이 부족한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변명 아닌 핑계를 하자면, 저희 아기는 목욕을 할 때 온 힘을 다해서 목욕을 즐기는 편입니다.

발장구를 치고, 고개를 좌우로 돌려서 화장실 구석 구석을 구경하고, 

그걸로도 부족하다면 아예 상체를 들고 틀어서 화장실 탐색에 들어갑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아기를 홀딩(?)한 채로 아내가 머리 감기기 기술(?)을 시전해야 합니다.

(즉 제가 탱커 역할이고 아내가 딜러 역할을 하는....)

 

혹시나 목욕 시키는 기술이 부족한가 하여, 도구의 힘도 여러 가지 빌려보았습니다.

세면대에는 아기용 비데 수전을 달고, 목욕용 바스켓은 "말랑하니"와 "슈너글" 2개나 사 보았습니다.

실리콘으로 된 헤어캡은 물론 구매해서 씌우는 것을 시도해보았으나 너무 싫어해서 패스~ 

 

물론, 목욕을 반드시 저 혼자서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아기 목욕은 저희 세 가족의 즐거운 가족 사교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노래를 불러주면서 목욕을 시키고, 또 아기는 즐거운 표정으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굽니다.

꺄르르 웃으면서 발장구를 치고, 샤워기를 흥미로운듯 바라보고, 물 줄기를 손으로 잡으려고도 합니다.

온몸으로 목욕을 즐기고, 즐거워하는 아기의 모습을 보는 것은 저희 부부의 행복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제 제가 육아휴직이 종료되기 때문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육아를 해야 할 시기가 도래하였습니다.

저 혼자서 아기를 씻기는 동안, 아내는 아기의 옷과 손수건을 빨래하거나, 젖병과 쪽쪽이를 열탕소독 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제가 혼자서 아기 목욕을 시키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아기를 씻기는 것에 도전해보았습니다.

다양한 형태로 시도해보았지만, 동일한 실패로 귀결 되었습니다.

바둥거리는 아기를 붙잡고 안전하게 씻길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장모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기 머리를 감길 때 세면대의 비데 수전에서 머리를 감기지 말고

아기를 욕조 의자에 눕힌 후, 이마에 손수건을 감아서 물이 얼굴로 튀지 않게 한 다음

살살살~ 머리를 감겨보라는 조언이었습니다.

 

유레카!

 

(실제로 유레카라는 단어 역시 목욕탕에서 외친 단어로 유명한 만큼 이번 상황에 특히 적절합니다.)

 

1번 욕조인 말랑하니 욕조에 아기를 눕힌 채로 머리를 감기고, 

몸 전체를 바디워시로 씻겨주는 것을 저 혼자서 안전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비눗기를 가볍게 행궈낸 다음, 미리 깨끗한 물을 채워 넣은 2번 욕조 슈너글에 아기를 옮깁니다.

깨끗하고 따뜻한 물에 아기를 담구고, 몸 전체와 얼굴을 헹궈줍니다. 

그런 다음에 커다란 수건으로 아기를 옮겨서 아내에게 전달하면 목욕은 끝이 납니다.

 

얼굴로 물과 비누 거품이 가지 않은 채로 안전하게 머리를 잘 감겼으며,

몸도 꼼꼼히, 깨끗하게 잘 씻긴 것을 몇 번이고 확인 했습니다.

아기도 목욕 중에 방긋 방긋 웃는 것을 보니 기분이 나쁘지 않은가봅니다.

 

사실 육아휴직이 끝난 후에 아기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절대적으로 적어지다보니

아기가 혹시나 저를 낯설어할까봐 많이 걱정을 했습니다.

퇴근 후 오자마자 아기를 씻겨주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아기와 단 둘이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남에 감사합니다.

 

아기가 좀 더 커서 둘이서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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