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군대 이야기로 시작하는건 죄송하지만,
군대 시절 가장 위로가 되는 한 마디는 바로
"그래도 국방부의 시계는 돈다" 였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지치고 짜증나는 일을 하고 있고,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결국 국방부의 시계는 평소처럼 흘러가고
전역일이 다가오는 것 역시 멈추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요즘 아기를 키우면서 자꾸 그 때 그 시절과 그 문장이 떠오릅니다.
그래도 아기의 시계는 돈다.
한창 아기가 배앓이를 할 때, 아기도 저희도 하루 하루가 괴롭고 힘들었지만
결국 시간은 흘러서 이제는 장이 튼튼한 아기로 자라고 있습니다.
밤낮없이 2시간 마다 깨서 배고프다고 우는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20시쯤 잠들어서 다음날 06시에 깨는, 통잠을 자는 아기로 자라고 있습니다.
아기를 키우면서 너무도 사랑스럽고 귀엽고 모든걸 다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부모의 체력의 한계에 다다르는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힐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마다 육아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괴롭고 우울한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인간의 생각의 속도는 너무도 빨라서, 잠깐의 어려운 상황을 토대로
미래의 불행까지 순식간에 떠올려버리곤 합니다.
그럴 때 마다, 그래도 아기는 조금씩 크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키워보니, 아기는 정말 매일 조금씩 꾸준히 자라고 있습니다.
어제 못하던 것을 오늘 하는 것을 보면 기특함을 넘어 경이롭기도 합니다.
저희 아기의 사례를 들자면, 평소 저희는 아기와 까꿍 놀이를 하기 위해
누워 있는 아기의 얼굴 위에 손수건을 얼굴 위에 살포시 올려 두곤 했습니다.
예전에는 자기 얼굴 위의 손수건도 치우지 못했는데요,
어느날 갑자기, 손을 들어서 얼굴 위의 손수건을 잡더니 홱! 하고 치우는 것이었습니다.
이 때 아기는 매일 조금씩, 그런데 갑자기 훅 크는 구나를 실감 했습니다.
갑자기 이런 글을 쓰게 된 이유도
사실 오늘 저희 아기가 "원더 윅스"를 겪고 있는지 하루 종일 울고 찡얼거렸습니다.
깨어 있는 시간이 보통 2시간 30분 정도 였는데 오늘은 기어코 3시간을 넘기더니
결국은 평소보다 낮잠 횟수도 1번 줄어들었습니다.
혹시나 어디가 아픈걸까 하고 열도 재고 몸 구석구석도 살폈지만
아픈 곳은 없어보였고, 안아주니 기분이 좋아보이는 것을 봐서는
성장통을 겪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와 저 모두 오늘 하루 기진맥진 했습니다.
이제 곧 저희 육아휴직도 끝나는 시점이라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위에서 언급한 "손수건 발달"이 생각 났습니다.
아기는 조금씩 크고 있으니까, 내일은 아니더라도 다음 주면 덜 찡얼거리고
예전처럼 생글 생글 웃고 잘 노는 아기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희망(?)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걱정은 조금 줄어들고 내일 아기의 모습이 기대가 되더라구요.
아기를 키우는 것은 힘들 때가 많지만
그래도 이렇게 조금씩 크는 것을 보는 재미 때문에 할만한 것 같습니다.
저희 아기처럼 24년도 청룡띠 아기들이 참 많을텐데요,
저희와 같은 상황의 부모님들, 그리고 앞으로 귀여운 아기를 마주할
예비 부모님 모두 이런 소중한 순간들을 마주하면서 즐거운 육아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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