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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육아/육아 에세이

웅크려 자는 아기를 펴주는 마음

by 시월십일 2024. 12. 27.

제가 어렸을 때의 일입니다.

저는 바르게 누운 채로 한쪽 팔로 눈을 가리는 자세로 잠들곤 했습니다.

아래와 같은 모습이지요.

 

그렇게 자고 있으면 항상 부모님이 들어오셔서 팔을 내려서 가지런히 해주시고

이불을 다시 덮어주시고 가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 바람에 잠이 깬 저는 티를 내진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짜증을 냈습니다.

'어떤 자세로든 잘 자면 그만인데, 왜 굳이 자세를 바꿔서 잠을 꺠우는 걸까'라며

그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저희 아기가 엎드려서도 안전하게 잘 수 있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절 닮아서 잠버릇이 나쁜 건지, 매번 옆으로 눕거나 몸을 웅크린 채로 잠을 자는 경우가 많습니다.

 

 

베이비캠으로 주시하고 있다가, 너무 웅크리고 자고 있다 싶으면 얼른 가서 자세를 바르게 해줍니다.

슬쩍 잠에서 깬 아기는 살짝 찡얼거리고, 저는 아기의 배와 가슴을 토닥거리며 미안한 마음을 담아 다시 잠을 재웁니다.

 

 

아기를 다시 재우고 나서 저도 자러 돌아가는 길에,

이제서야 부모님의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곤히 잠든 아기를 바르게 눕히면 짜증내고 싫어할 것을 알면서도,

조금이라도 편안하고 안전하게 잠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러셨던 것을요.

 

하나씩 하나씩 부모 역할을 하게 되면서

부모님 마음을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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