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임신중일 때, 6개월쯤 된 아기를 키우는 친구 집에 놀러간 적이 있습니다.
다 같이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놀다가, 아기가 꾸벅꾸벅 졸길래 낮잠을 재우러간다고 하더군요.
오래 걸리겠구나.. 싶었는데, 애기를 방안에 눕히더니 백색소음기를 켜고, 잘자라고 인사를 해주고 바로 나오더라구요.
그 때 상당히 놀랐습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좀 더 자세히 물어보았습니다.
그 친구는, 낮잠뿐만 아니라 밤잠도 이런 식으로 힘들이지 않고 잘 재운다고 했습니다.
분리수면을 기본으로, 잘 시간에 맞춰서 침대에 눕히고 나오면 새벽까지 잘 잔다는 이야기를 듣고 목표가 생겼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수면 교육은 꼭 성공시켜야겠다.
수면 교육을 하는 이유는, 물론 양육하는 부모의 신체적, 정신적 부담 완화의 목적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아기의 올바른 성장을 위하는 것이 주된 목적입니다. 즉, 수면 교육의 목적은 아래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수면 교육의 목적
- 아기의 자기 진정 능력 향상: 아기가 새벽에 잠에서 깨더라도 스스로 다시 잠들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줌
- 아기의 규칙적인 수면 패턴 마련: 잠드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조성하여 아기의 생체 리듬을 조절합니다.
- 아기와 부모 모두의 수면의 질 개선: 깊고 긴 수면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 및 체력을 회복하고 성장을 도모합니다.
수면 교육 과정
아기 수면교육에 들어보신 분들이라면, 정말 쉽지 않은 것임을 잘 아실 것입니다. 제 주변에서도 아기가 1시간 30분 넘게 혼자 울고 있는 것을 들으면서 같이 울면서 참고 버텼다는 부모도 있었고, 아기가 울고 괴로워하는 것을 견디지 못해서 매번 그냥 같은 침실에서 재우는 부모도 있었습니다.
저희는 아기가 효자(?) 특성을 타고난 것도 있는 것 같지만,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준비물과 계획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분리수면 및 수면 교육을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준비물
- 아기 방(분리 수면을 해야하니까요)
- 별도의 아기 침대+방충망(리안 드림콧 아기 침대를 대여했습니다.)
- 베이비캠 최소 1대(헤이홈 베이비캠 프로를 썼습니다.)
- 베이비캠 모니터링용 기기(아이패드에어2, 아이패드미니5 2대 썼습니다.)
- 따뜻하고 약간 어두운 조명(자바라 조명을 사용했습니다.)
- 아기 목욕을 위해 필요한 것들(아기 욕조 및 아기 샴푸 등)
- 아기 옷 스와들업 3벌 정도
- 엄마의 꼼꼼한 사전 지식과 걱정 및 염려, 그리고 아빠의 아기에 대한 믿음과 내버려둠(?)
2. 수면 교육 진행 방식
수면 교육을 진행하기 전에, 아내와 함께 그 목적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를 했습니다. 단순히 아기가 저희와 분리해서 자도록 훈련 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야 할 때 자고, 자다 깨더라도 다시 잠들 수 있고, 그 과정이 모두 자연스럽고 안전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아기가 태어난 지 50일 이후부터 "수면 의식"을 진행했습니다. 즉, 아기도 '아 이거 다음엔 이거구, 그 다음에 자야 하는 시간이구나'를 알 수 있도록 매일 비슷한 시간에 반복적인 프로세스를 진행한 것입니다.
수면 의식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 분유를 먹고 한 시간 후에 목욕을 할 수 있도록, 매일 17시 쯤 수유를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시간이 맞으면 17시에도 정량을 먹이고, 아기 낮잠 등으로 시간이 꼬이면 평소보다 조금 덜 먹이는 방식으로 조율했습니다.
- 트림을 시키고 난 후, 매일 18시 ~ 19시 사이에 아기 목욕을 시켰습니다. 목욕은 10분 이내로 진행했으며, 따뜻한 물에 몸을 담궈서 아기가 피로도 풀고(?),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노곤노곤하고 깨끗하게 저녁 시간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 여기서부터 중요합니다. 다 씻긴 아기를 아기 방으로 데려가기 전부터, 암막커튼을 친 후 아기 방의 불을 모두 끄고 주황빛의 작은 조명 하나만 켜두었습니다. 그리고 장난감이나 모빌, TV소리 등 아기의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것도 모두 치웠습니다. 잠들기 1시간 전부터 잠 들 수 있는 분위기를 미리 만들어준 것입니다.
- 아기 방으로 데리고 온 후, 아내가 아기에게 로션도 발라주고 조용한 동요도 불러주고 따뜻하게 옷을 입혀줍니다. 모로반사 때문에 자다가 깨지 않도록 스와들업을 잘 챙겨서 입혀주었습니다.
- 그 후, 제가 어두운 방에서 조용하게 아기에게 수유를 합니다. 큰 소리를 내지 않고 말도 거의 하지 않고 분유를 먹이고, 중간 트림과 마지막 트림까지 꼼꼼하게 시켜줍니다.
- 그리고 나서, 잠이 들랑 말랑 할 때까지 아기를 안은 채로 어두운 방을 서성거립니다. 완전히 잠들고 눕히기보다는 잠들랑 말랑할 때 눕혀서 스스로 잠들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 이 때, 아기가 약간 보채거나 찡얼찡얼하는 수준이라면, 눕힌 채로 쪽쪽이(공갈 젖꼭지)를 물리거나 배를 토닥거리면서 수면을 도와주려고 했고, 완전히 울 때는 과감하게 침대에서 꺼내서 아기를 안아주고 다시 재우려고 노력했습니다. 간혹, 아기가 아주 심하게 울더라도 수면 교육을 핑계로 그대로 두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요, 이러다가 아기가 과호흡 증세가 오거나 분리불안을 느낄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주변의 경험담 입니다.)
- 저희는 보통 보채거나 찡얼 거릴 때, 쪽쪽이를 물린 채로 잘자라고 인사를 해주고 방 밖으로 나와서 베이비캠으로 아기를 관찰하였습니다. 조금만 찡찡거리고 힘들어 할 때 마다 아내는 방으로 달려가고 싶어했지만, 제가 아내를 말리기도 하고 괜찮겠지 하면서 조금 무던하게, 하지만 베이비캠에서는 눈을 떼지 않은 채로 아기를 믿어주었습니다.
그 결과, 저희는 66일차가 되던 날부터 아기가 혼자 잠들기 시작했습니다. 수유와 트림을 마치고 나서 그냥 제가 아기를 침대에 눕힌채로 굿나잇 인사를 해주고 방 밖으로 나왔습니다. 조금 칭얼거리기 시작하더니 바로 잠이 들더라구요. 현재 120일차까지 계속 이렇게 혼자 잘 자고 있습니다.
주의사항
- 아기 침대 위에는 아기 말고는 아무 것도 두지 않았습니다. 베개나 이불은 질식의 위험이 있고 영아 돌연사의 주요 원인이 된다고 합니다. 특히나 분리수면을 하는 경우에는 더욱 위험하므로 절대 아기 침대에 아기 외의 것은 놓지 마세요.
- 방을 분리했을 뿐, 아기와 저희는 분리하지 않았습니다. 베이비캠 모니터링을 위한 태블릿을 2대 사용하고, 각자의 휴대폰으로도 계속 아기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잠들기 전에는 머리 맡에 베이비캠 모니터링을 켜놓고, 소리도 함께 켜두어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상황에서는 아기 방으로 뛰어들어갈 준비를 했습니다. 아내의 경우, 분리수면 초반에는 밤에 자다가 거의 1~2시간마다 깨서 아기의 상태를 확인하고 잠들곤 했습니다. 아기가 혼자 잘 잠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고 생각해야지, 부모가 조용하고 편안하고 깊게 잠드는 것을 추구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마치며
수면 교육을 성공한 덕분인지, 저희 아기는 아픈데 없이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아기의 키가 상위 1%안에 든다고 할 정도로 많이 컸습니다. 분유도 잘 먹고, 방긋 방긋 잘 웃고, 건강해보입니다. 그리고 잠을 따로 재워서 그런지, 밤마다 애틋해지고 그리워서 아침에 깼을 때 부터 같이 하는 시간에 아기가 더욱 귀엽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저희가 한 수면교육 방식이 물론 정답은 아닐 것이며, 아기마다 개인 차가 분명 존재할 것 같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수면교육의 목적을 늘 상기하면서, 혼자서 잘 수 있는 패턴과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아기는 스스로 자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는 점입니다. 부디 수면교육을 염두하시는 다른 부모님들께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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