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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육아

[아빠육아] 아빠의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by 시월십일 2024. 10. 27.

저출산이 디폴트였던 최근 우리 사회에서, 올해는 다행히도 많은 아기들이 태어나는 것 같습니다.

국가 통계 수치뿐만 아니라, 실제로 체감하기로도 제 주변의 제 또래 부부들이 출산을 상당히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무척 기쁜 일입니다. 하지만, 금전적인 부분과 함께, 양육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직접 마주하게 되면서 고민과 괴로움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부분을 먼저 마주하고 고민하면서 저희 부부는 결국 "아빠의 육아 휴직"을 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이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주변 환경 및 사전 고려사항

  • 양가 부모님 모두 자동차로 3시간 이상 거리에 떨어진 지방에 거주중으로 육아 지원 불가
  • 산후 도우미, 가사 도우미 등 외부인 지원을 받는 것은 지양함
  • 아내는 산전후 휴가 및 육아휴직 사용 가능
  • 남편(이하 저)의 회사에서는 아빠 육아휴직이 보편적인 것은 아니지만 사용한 사례가 가끔 있음
  • 부부가 번갈아가면서 휴직을 쓰는 것도 고려 하였으나, 가급적 가장 힘든 시기인 생후 6개월 까지 함께 육아를 해나가면서 아내의 정신적/신체적 산후 조리를 돕고, 아기의 소중한 순간들을 함께 공유하기로 함

육아 휴직 기간

  • 자녀 출생은 24년 7월 중순
  • 잔여 휴가 포함한 육아 휴직 기간은 24년 8월 말~25년 1월 중순(약 5개월)

육아 휴직을 결심하게 된 계기

  • 아내의 산후 우울증 예방 및 원활한 산후 몸조리를 위해
  • 급격히 성장하는 아기의 첫 6개월을 온전히 바라보고 키우기 위해

아빠의 육아휴직 추천 여부

  • 아빠의 육아휴직이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지 않는다면, 꼭 육아 휴직을 사용하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육아휴직을 추천하는 이유

1. 아내의 산후 우울증 예방

현재 육아휴직 3개월차인 저희 부부는, 매일 밤마다 자기 전에 이 말을 하곤 합니다. 

아빠 육아휴직 안 썼으면 큰일 날 뻔 했다.

 

아이가 태어난지 6주 뒤에서야 저는 육아휴직을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에 입원 1주일+산후조리원 2주일+서울 시 지원 산후 도우미 3주의 기간이 있었습니다. 병원과 조리원 기간에는 의식주를 철저히 각 기관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휴식을 취하기도 쉽고, 수월하게 보냈지만, 집에서 아이를 기르기 시작하는 4주차 부터는 아내가 정말로 힘들어했습니다.

 

물론, 전문가이신 산후 도우미 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지만 그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로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외부인이다보니 낮 시간에도 마음 편히 쉬지도 못하고, 밤에는 출근하는 저를 배려하여 야간 수유도 아내가 주로 챙기다보니 몸과 마음이 너무도 힘들었다고 합니다. 아직 산후 조리가 끝나지 않은 몸 상태에, 아기를 어떻게 키워야할지도 모르겠고, 아기는 앙앙 울고, 남편은 회사에 출근을 해야하고... 

 

이 기간 동안 정신적/신체적으로 너무 힘들었지만, 제가 곧 육아휴직을 한다는 생각으로 겨우 버텼다고 합니다. 만약 아빠 육아휴직 없이 제가 직장 생활을 병행하면서 이 시기를 보내야 했다면 산후 우울증이 강하게 왔을 것 같다고 합니다. 

 

주변에서 이 시기에 불화를 겪는 부부의 사례를 많이 봐왔기 때문에, 저는 최대한 적극적으로 육아에 임하고 있습니다. 특히, 육아 외에도 아내에게 최대한 개인적인 시간 및 휴식할 시간을 마련해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동 육아를 하면서 서로 지치고 힘들더라도, 제가 분유+트름하는 타이밍에 맞춰서 아내는 낮잠을 자거나 가볍게 산책을 다녀오는 등 리프레시 할 수 있는 시간을 배려해줌으로써 아내가 조금씩 천천히 회복되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 덕분에 저희 부부는 큰 트러블 없이 밝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2. 혼자서 아기를 키우기는 정말 어려운 시기

먼저, 혼자 육아를 해내신 분들께 정말 경의와 존경을 표합니다. 저희는 둘로도 너무 힘들었고, 100일이 지난 지금도 상당히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아직 신생아 육아를 시작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도대체 어떤게 힘든 것인지에 대해서 아래에 간략하게 써보겠습니다.

 

  • 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후, 아기의 수유텀은 2시간 입니다. 즉, 2시간 마다 수유를 해야 하는데요, 수유를 하고 트림을 시키고(아기는 트림을 꼭 시켜야 합니다), 우는 아기를 달래주고 잠깐 돌아서면 또 수유를 해야합니다. 낮 뿐만 아니라 밤, 새벽에도 마찬가지의 루틴으로 돌아갑니다. 아내가 혼자 수유를 도맡아 했을 때, 정말로 힘들어했습니다. 제가 육아휴직을 시작한 후에, 저는 새벽 수유 담당을 하게 되어 그때서야 아내가 겨우 밤 잠을 좀 잘 수 있었습니다.
  • 수유만 하면 다행이겠지만, 그 외에 집안일 및 수유 준비하는데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한 명이 수유를 하고 트림을 시키는 동안, 다른 한 명은 아기 젖병을 열탕소독 하거나, 아기 손수건을 세탁하고 널고 건조하고, 집안도 깨끗하게 유지해야 하는 등 도저히 혼자서 하기엔 벅찹니다. 혹시 해리 포터 속 헤르미온느가 사용하던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시계가 있지 않다면 말이죠....
  • 위의 활동들은 몸 상태가 정상적일 때를 기준으로도 쉽지 않습니다. 출산으로 인해 평소보다 근육, 뼈, 관절 모두 약해진 아내는 아기를 안아주다가 결국 부상을 입었습니다. 일찌감치 손목 보호대를 처방 받아서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손목 관절염이 생기고, 어께의 회전근개에 염증이 생겨서 팔을 들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약 5주가 넘는 기간 동안(아직까지도..) 아기를 안아주기가 어려워서 아기를 안아서 옮기거나, 수유를 하거나, 트림을 시키는 등의 육체적인 활동은 제가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예비 아빠 분들이 계시다면, 평소에 체력 관리를 철저하게 하시고 특히 이두, 삼두 같은 팔 운동을 열심히 하시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3. 아기가 너무 빨리 자람

신생아는 정말 빨리 자란다는 육아 선배들의 이야기를 그동안 전혀 믿지 않았습니다. '애기들은 그냥 다 고만고만한 사이즈 아닌가?' 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00일 정도 키워보니 이제야 알겠습니다.

 

 

아기는 매일 조금씩 쑥쑥 큽니다.

 

매일 조금씩 쑥쑥이라는 말이 좀 웃길 수 있지만, 제가 느낀 바는 그렇습니다. 어제 초점을 맞추지 못하던 아기가, 오늘은 저희 부부를 물끄러미 쳐다볼 때가 있었습니다. '이제 초점이 좀 잡히는 구나' 라는 생각도 잠시, 얼마 후 아침 수유를 위해 아기 침대로 갔을 때, 아기가 아내를 보자마자 빵긋 웃었다고 합니다. 그 때의 감정은 정말 이루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때를 시작으로, 매일 울기만 하던 아기가 점점 엄마 아빠의 얼굴에 익숙해져서 낮에 놀다가도 빙긋 웃는 횟수가 늘어날 때, 수유텀이 조금씩 늘어날 때, 이전에 컸던 옷들, 특히 스와들업 같은 잠옷을 입혔을 때 몸에 꽉 맞을 때, 처음 옹알이를 할 때, 자신의 주먹을 인지하고 물끄러미 바라보기 시작할 때, 배밀기(터미타임)을 처음 해서 목을 빳빳하게 들어 세울 때 등. 소중한 순간들은 대부분 아기가 깨어 있었던 낮에 많이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출근을 했더라면, 모두 놓쳤을 순간들이었겠죠. 그런 순간들이 쌓이다보니, 아기가 저를 아빠로 인지하는 것 그 이상으로, 부성애가 생기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만약 매일 퇴근 후에 잠깐 보고, 주말에만 아기를 마주하고 키웠다면 결코 느끼지 못할 감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마치며

조리원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이야기 했습니다. 아기는 첫 4개월이 너무도 중요하고 너무도 빨리 큰다고. 그 때 정말 최선을 다해서,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고 아기를 열심히 키우면 그 후로는 아기가 알아서 잘 클 것이라고.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육아휴직을 결정한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실제로 3개월된 아기를 키워보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100일까지의 아기는 정말 소중하고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아직 안키워봐서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그간 저는 일 중심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결혼식 전전 날에도 야근을 하고, 신혼 여행에도 노트북을 챙겨가서 일을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육아휴직을 씀으로써 커리어가 중단되는 것에 많은 불안과 두려움, 걱정이 컸습니다. 하지만 아기와 함께한 100일간의 시간을 통해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제게 가장 소중한 것은 나의 가족입니다.

 

 

아기의 첫 100일은 인생에서 다시 없을 정말 소중하고도 중요한 순간입니다.

그리고 출산으로 몸과 마음이 힘든 아내를 보살펴야 하는 필수적인 시기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도 육아휴직을 결정하고 또 상위 보고를 하는 과정이 너무나 불편하고 어려웠고 힘들었고 눈치가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제가 살면서 가장 잘 한 선택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용기를 내봅시다. 

아마 후회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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