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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아포리즘] 왜 사소한 일에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가

시월십일 2024. 1. 8. 21:56

[배경 설명_지치고 다친 마음]

연말에 회사에서 마음을 크게 다쳤습니다.

일단은 제 잘못입니다. 99%정도 끝낸 일이 있는데,

마지막 1% 달성을 위해서 해야 할 것을 안했습니다.

높은 분들께 양해를 구해야 하는, 다소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걸 하지 않아도 100%를 채울 수는 있었습니다.

 

그걸로 크게 질책을 당했습니다.

시킨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혼나는게 아니라

프로페셔널 하게 업무를 처리하지 못했다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상위 직책자라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부탁도 아니고,

일을 처리 하는 과정에 있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건데

그걸 왜 하지 않아서 99%에서 100%로 가는데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느냐가

주된 피드백이었습니다.

 

평소의 저 같았으면, 잘못된 것을 잘 받아들이고

죄송하다고 하고, 그걸 깊이 리플렉션해서 제 것으로 만드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뭔가 달랐습니다. 

 

뭔가 마음속 깊은 곳을 찔려서 다친 느낌이 들었습니다.

퇴근하고 나서 며칠동안 열도 나고 아프기도 하더라구요.

그만큼 많이 스트레스를 받았던 모양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8월부터 연말까지 제가 PM 역할을 하면서

정말 열심히 수행했던 업무였습니다. 제 삶을 갈아넣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입덧으로 힘든 아내도 혼자 집에 놔두고, 기존에 썼던 휴가도 취소해가며 출근을 했는데

그간의 노력과 성과는 인정받지 못하고 이번 일로 평가를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그 때의 상황을 글로 쓰다보니 너무 스트레스를 받네요.

 

이 상황을 저는 혼자서 깊게 생각해보았습니다.

[생각의 흐름_조용한 사직, 앞으로 일 대충하자]

원래라면 저의 잘못된 행동, 즉 개인적으로 불편하다는 핑계 때문에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것에 대한 자기반성(Self-Reflection)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야 "직장인"으로서 성장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음을 너무 크게 다쳐서 조금 더 깊은 곳까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나는 이번 일로 왜 이렇게 크게 마음을 다치고 스트레스를 받고 고통스러워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요.

 

그 결과, '회사 업무에 너무 과몰입했다.' 라는게 저의 결론이었습니다.

회사에서 부여 받은 역할과 업무에 너무 과몰입한 나머지, 여기에 대한 피드백을

제 스스로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그래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내린 처방전은 무엇일까요?

회사에 과몰입하지 말자.

 

제가 내린 결론은 "회사에 과몰입하지 말자."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크게 잘못 짚었던 점은

'회사의 일을 사소하고 하찮은 것으로 생각하고 거기에 너무 많은 노력을 쏟진 말자.

그러면 그냥 무난한, 상처 받지 않는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쇼펜하우어의 회초리 같은 한 마디]

그렇게 며칠을 살아봤습니다.

한동안 유행(?)했던 '조용한 사직(직장에서는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뜻)'을 

실천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회사 일은 중요하지 않다, 라고 생각을 하면서 회사를 다니니까 몇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멀쩡하게 해야 할 일을 잘 처리하는 것 같지만

저는 매일 조금씩 죽어가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일에 집중도 안되었구요, 회사 사람들한테도 정이 떨어졌고, 

무엇보다도 회사에서 정말 시간이 안갔습니다.

옛날 같으면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른다고 느껴질 정도로

업무에 집중을 했었는데 말이죠.

 

그러던 중, 다시 마주한 쇼펜하우어는 제게 회초리 같은 한 마디로 저를 정신차리게 했습니다.

사소한 일을 목전에 두었다고 해서 우리의 마음조차 사소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는 자신의 마음이 사소해지는 원인이다.
하찮은 것들은 비뚤어져도 상관없다는 생각은 자신을 비뚤어지게 만드는 추진력이다.
p.204

 

회사에 과몰입하지 말자는 것은 잘못된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회사 업무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에는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대해야

건강한 관계가 유지되니까요.

 

다만, 과몰입하지 말자고 하면서 회사 일을 사소한 것으로 생각하고

하찮으니까 비뚤어져도 된다!고 생각했던 저의 태도가 잘못 되었던 것 같습니다.

위에서 쓴 것처럼, 그 과정에서 제 스스로가 조금씩 고장 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여기서 쇼펜하우어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겠습니다.

과거의 성현들은 하찮은 일에도 최선을 다했기에
큰일이 닥쳤을 때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었다.

반면에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보통 사람들은 하찮은 일을 하찮게 생각하며
의지와 상관없다고 안일하게 여겼다가 결과적으로 일생을 하찮게 보냈다고 할 수 있다.
p.205

 

우리의 전체 인생을 조망해봤을 때,

회사에서 마주하는 일들은 하찮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인생에서의 다른 중요한 일에 비해서는 하찮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찮은 일이라고 해서 하찮게 여기면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내 일생은 하찮은 것들로 가득차게 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정신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오늘도 회사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습니다.

상처를 받고 어려울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맡은 일들을 사소하고 하찮은 것이라면서

대충 하려고 하진 않게 되었습니다.

 

한번 더 보고, 한번 더 준비하고, 한번 더 다듬었습니다.

이렇게 사소하고 하찮은 일들이더라도 최선을 다하다보면

언젠가 큰 일을 마주했을 떄에도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때를 위해, 내일도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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